박물관 미술관 전시2021. 1. 23. 05:02

2021년 1월 13일

 

 

이번에 방문한 전시장은 

벨기에 브뤼셀 포헤스뜨(Forest)에 있는 WIELS 현대아트센터입니다. 

 

WIELS 아트센터 - 출처 : 위키피디아

 

보다시피 큰 규모의 전시관입니다.

과거 Wielemans 맥주 양조장의 건물이라고 합니다. 

1931년에 지어진 건물로, 아트센터는 이곳에 2007년에 오픈했습니다. 

 

Wiels 1층 현관

입구에 들어서면, 과거 맥주 양조장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Wiels 1층 현관

다양한 포스터와 팜플랫이 진열되어 있고, 앉아서 얘기할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도 있습니다. 

안쪽으로 한 번 더 들어가면 안내데스크와 기념품샵(bookshop)이 있습니다. 

입구부터가 굉장히 넓네요.

 

기념품샵

입장료는 일반 10유로이고,

그 외에 학생, 교직자, 그룹 등을 위한 할인이 있습니다. 

저는 뮤지엄패스가 있어서 무료로 입장합니다. 

 

 

저는 따로 예약을 안 하고 갔는데, 

직원 분께서 요즘에 웬만한 박물관은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하네요.

(벨기에 박물관은 현재 COVID-19 때문에 예약제를 시행중입니다.)

 

물론 예약이 꽉 차지 않은 경우에는, 그냥 가도 입장은 가능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예약이 꽉 차는 일은 없긴 합니다.) 

 

반대로 예약이 꽉 차있다면 못 들어가겠죠.

하지만 저는 그 정도 위험쯤은 감수하고 그냥 갔습니다. 

 

 

 

RISQUONS-TOUT

(RISK ALL,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이번 전시의 제목입니다.

프랑스와 벨기에 경계에 있는 작은 마을의 이름을 따왔다고 합니다.

이번 전시는 이런 국경지대처럼 변화와 만남, 혼입이 일어나는 곳이겠군요. 

 

현대와 같은 디지털과 인공지능의 사회에서 
우리는 우리의 취향과 편의에 맞춘  알고리즘대로 광고를 보고 영상을 보기 때문에 
예측가능성을 벗어나는 것이나 불확실한 것들을 마주할 수가 없습니다.
AI는 굉장히 편하지만, 우리의 행동은 물론 생각마저도 익숙함과 편함에 길들여지고 있는 것이죠.

여러분들도 자신이 이런 편안함에 길들여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귀찮은 일과 번거로운 일들에 불평과 불만이 가득하고 그것들을 피해 숨고 있다면,
이 기회에 한 번쯤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시고 불편함 속에 뛰어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이번 전시에서 예술가들은 지금껏 우리가 알지 못하던 영역으로 우리를 끌어들일 것입니다.

그러니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전시를 보러 가면 되겠습니다.

 

엘리베이터

 

3층 전시관 : Syncretism

 

3층 전시 개요

각 층의 입구에는 이렇게 그 층의 테마에 대한 짧은 글이 쓰여있습니다.

 

3층의 테마는 Syncretism으로 

다양한 문화가 혼합된 양식의 작품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층 전시관 입장

시작부터 아주 컬러풀합니다. 색감이 아주 특이하네요.

뭔가 폴 고갱의 그림에 나올법한 강렬한 색채라고 생각되는데, 굉장히 이국적인 느낌을 줍니다.

 

Jaipurhat Clouds (Study), 2020 Acrylic on vintage textile, 60x70cm, Mumbai

이 방에 있는 작품들은 Shezad Dawood(1974)라는 예술가의 작품입니다.

런던 출생으로, 아버지는 인도, 어머니는 파키스탄 그리고 새엄마는 아일랜드 사람이라고 합니다.

 

이 홀에 있는 작품들은 다 직선이 많이 강조된 풍경화(?)인데,

이 그림들을 가까이 서보면 사실은 빈티지 직물로 만들어진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확대한 모습

저는 이 작품들이 참 재밌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림의 내용은 차갑고 딱딱한 느낌의 현대식 각진 건물인데,

그것을 이루고 있는 내용물은 따뜻하고 푹신한 느낌의 천이라는 거죠. 

또 그림(?)에 사용된 특이한 컬러는 두말할 것도 없고요. 

 

한편으로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재활용된 이불이나 방석같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어디 시골 할머니 댁에 가면 있는 이불처럼요. 굉장히 친근하고 포근한 느낌입니다.

 

0123
Mounira Al Solh의 작품들

 

그 옆 방에는 Mounira Al Solh이라는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아랍문화권의 느낌이 많이 나네요. 작가분이 시리아와 레바논 출신입니다. 

 

Isaac Julien - A Marvellous Entanglement, 2019

A Marvellous Entanglement, 2019

 

3층에는 3개의 스크린이 있는 상영관이 있었는데,

여기서 'A Marvellous Entanglement'라는 40분 남짓한 영상을 상영해주었습니다.

 

제가 이번 전시에서 가장 좋았던 게 바로 이 영상이었습니다. 

 

3개의 스크린을 이용하여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관객들에게 이미지를 보여주는데,

그 연출력과 영상미,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과 사운드, 음악 등 모든 것이 뛰어났습니다.

 

위 사진에서도 보다시피 스크린 3개가 있으니,

한 여자가 길거리를 걷는 장면을 보여주더라도(가운데), 

남은 두 개의 스크린을 이용해서 추가 정보를 줄 수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영상이 한 각도에서만 무언가를 보여준다면,

여기서는 한 장면을 여러 각도에서, 

때로는 내부와 외부를 동시에, (공간 초월)

때로는 각기 다른 시간대의 영상을 (시간 초월) 보여줍니다. 

 

위 이미지에서 왼쪽 화면에는 여자의 젊은 시절이, 오른쪽 화면에는 나이 든 여자가 있습니다. 

이렇게 한 인물의 과거와 미래가 동시에 진행되는 것은 Netflix시리즈 Dark를 떠올리게 합니다. 

 

 

일반적인 영화나 영상에서도 이러한 효과를

컷 편집이나, 분할을 통해서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이것은 그런 것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3개의 스크린은 관객의 시선을 이 화면에서 저 화면으로 잡아당깁니다.

(잘못 활용한다면 그저 관객을 피곤하게만 할 뿐이고, 금방 흥미를 잃게 하겠지만 연출력, 내용, 영상미가 굉장히 훌륭했습니다.) 

 

거기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물론 사운드일 겁니다. 

음악과 소리는 3개의 화면을 하나로 묶어주는 동시에 필요에 따라 독립적으로 활용되어 관객이 필요한 화면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주죠. 

 

영상미, 연출력, 편집 방식, 콘셉트, 음악 및 음향, 주제 등을 전부 고려해봤을 때, 

Dark제작진이 만든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비슷한 면이 많았습니다. 

영상 속 주인공 여자의 목소리도 마치 Dark의 Claudia를 연상시켰죠. 

 

어쨌든 굉장한 작품이었습니다.

이 방에서 거의 한 시간 정도 앉아있었던 것 같습니다. 

 

A Marvellous Entanglement, 2019 (excerpt)

 

위에 짧은 동영상 마지막 부분에 이 영상의 주제가 반복됩니다.

 

'Time is not linear'

'Linear time is a western invention; time is not linear, it is a marvellous entanglement where, at any moment, points can be chosen and solutions invented, without beginning or end.'

 

이 작품은 '시간은 순차적이지 않다'라는 개념을

정말 예술적으로  잘 표현했다고 밖에 말할 수가 없겠네요.

 

012345
그 외 여러 작품들

 

그 외에도 3층에는 여러 종류의 다른 작품들이 있었습니다. 

 

창문

이 건물의 창문은 창문이 예뻐서 예술 작품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습니다.

 

옥상 전시관

 

3층에서 작은 철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옥상으로 갈 수가 있는데, 거기에도 여러 전시작품이 있었습니다. 

위에는 그중 하나인 상영관이었는데, 인테리어가 매우 특이하네요.

의자를 저렇게 벽에 붙여 배치한 것도 그렇고 (양쪽 벽면을 따라 나란히)

하얀 커튼에 빨간 바닥이 꼭 교회 같이 생겼습니다. 

당장 성가대가 무대에 올라와 가스펠을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WIELS에서 내려다 본 전망

그리고 모두가 제일 좋아하는 전망입니다. 

비가 내리고 안개가 낀 날이라 더 운치 있어 보입니다.

앞 건물에 불이 들어와 있어 예쁘네요.

 

WIELS에서 내려다 본 전망

 

WIELS 옥상

 

 

WIELS 옥상 뷰

기차가 지나가는 것도 보입니다. 

 

계단

전망을 잘 봤으니, 이제 계단으로 한 층씩 내려갑니다.

계단도 마음에 듭니다. 

 

WIELS 층과 층 사이

계단을 내려가는 중간에 이런 깨알 같은 장소도 있습니다.

뭐하는 공간인지는 모르겠지만 소리의 울림이 매우 좋습니다.

 

 

 

2층 Hybrid Languages

이 전시에서 예술가들은 예측가능가능성의 법칙에 도전합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방식으로 도전하시겠습니까?

 

여기서 예술가들은 각각 다른 장소와 세대와 전통에서 온 언어를 섞고,

'우연' 즉, 확률을 사용함으로써 예측가능성을 깨뜨리고자 합니다. 

 

텍스트 간의 상호작용, 열린 생각과 열린 결말, 모순과 애매모호함, 풍토적 언어(vernacular) 등이 키워드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0123456789101112
WIELS 2층 전시관

 

 

012

이건 참 재미있다고 느껴진 작품인데

파란 띠 같은 걸로 집안의 가구들을 전부 벽에 붙여놓은 듯한 작품입니다. 

비주얼 적으로도 재밌고,

스피커에서는 피아노 연주, 사람 목소리 등 다양한 소리들이 조화 혹은 부조화를 이루며 나오고 있었습니다.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요?

 

 

1층 Smuggling Histories

 

 1층의 주제는 Smuggling Histories입니다. 

 

Smuggling은 밀수를 뜻하는데요.

이번 전시의 총주제는 Risquons-Tout인데, 

이는 프랑스와 벨기에 국경지대에 있는 작은 마을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국경 마을은 여러 물건의 밀반입이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죠.

이런 밀수행위는 법의 범위를 벗어난 곳에서 벌어지는 문화적 교류이자 침투이기도 합니다. 

 

0123456789

사실 여기를 볼 때는 여기가 어딘지도, 주제가 뭔지도 모르고 보고 있었습니다.

2층과 1층을 잇는 계단이 전시장 구석에도 있어서 정식 루트가 아닌 곳으로 들어왔거든요.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까, 어떤 면에서는 저는 1층에 밀입국 한 셈이네요. 

설마 전시장이 이것도 노린 건가? 

 

012345678
그 외의 작품들

갈수록 사진만 대충 올리고 넘어간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네, 맞습니다.

원래 박물관이나 전시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정성껏 하나하나 음미하면서 설명도 꼼꼼히 보다가, 

초반에 에너지를 다 쏟고 나면 나중에는 슥슥보면서 지나가기도 하죠. 

 

우리의 인생도 마치 이와 같지 않을까요?

젊어서 힘과 열정을 쏟으며 이것저것 새로운 경험을 하다가,

나이가 들면서 비슷한 것들의 계속된 반복에 잠시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하고,

노년에는 앉아 쉬면서 지난 것들을 되돌아보며 눈 앞의 그림을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는...

 

여러분은 인생의 몇 층까지 오셨나요?

 

글 쓰다가 귀찮아져서 대충 마무리한다는 소리를

그럴듯한 소리로 아주 잘 얼버무린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계단 한쪽에 숨어있던 예쁜 조명과

나가는 길에 찍은 0층 홀 사진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이상 WIELS현대아트센터 후기였습니다.

Posted by BeYa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