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0일
오늘의 투어는...
브뤼셀 갤러리 투어입니다.
갤러리란 미술시장에서 작가의 작품을 구매, 전시, 판매하는 곳입니다.
오늘은 특히 브뤼셀 안에서도
이셀(IXELLES) 지역 부근의 갤러리들을 돌아볼 계획입니다.
이셀(IXELLES)은 브뤼셀 구시가지인 펜타곤 남동쪽에 위치한 동네입니다.
구글 지도에서 보면 이렇습니다.
제가 재미있게 봤던 주요 전시 3개만 빼고는
빠르게 빠르게 넘어가도록 할게요.
기본적인 플랜은 이렇게 9개의 갤러리를 보는 것입니다.
물론 계획은 언제나 뜻대로 되지 않는 법입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1. Mendes Wood DM
(사진이 없으니 링크로 대체)
시작은 브뤼셀 구시가지 근처에 위치한 사블롱(Sablon) 지역에 있는
Mendes Wood DM이라는 갤러리입니다.
굉장히 좋은 전시를 많이 하기로 평이 자자한 곳인데,
제가 갔을 때는 다음 전시를 위한 공사 중이어서 아쉽게도 보지 못했습니다.
열심히 작업 중이던 직원들이 굉장히 친절히 안내해주었습니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많은 전시관들이 이전 전시를 연장하거나,
혹은 인테리어 공사를 한다거나 하는 일이 잦은 것 같습니다.
2. Stems Gallery
첫 번째 전시를 허탕 치고 두 번째 전시장으로 향했습니다.
Porte de Namur에 있는 이셀 쇼핑거리 중간에 있는 전시장이었습니다.
분명 주소를 치고 제대로 찾아갔는데 아무리 봐도 전시장이 없었습니다.
왜 가끔 유럽에서 다니다 보면 지도에는 제대로 표시되어있고 주소도 맞는데
딱! 그 번지수만 없는 경우가 있죠... (유럽사는 사람들 공감?)
예를 들어 내가 가는 곳은 4번지인데... 하필 딱! 그 4번지만 없는...
옆에 1번지 2번지 3번지 5번지 다! 있는데! 딱 4번지만! 없는...
그래서 이 전시장이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가게에 들어가서 물어봤는데... 모른다고 하네요.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와서 이 곳에 대해 물어봤었다는 말도 덧붙여서요.
그리고 전시장에 전화를 해보니 안 받고... 홈페이지에는 분명 전시를 한다고 되어있고...
진짜 뭐에 홀린 건가 싶더라고요.
그래서 2번째도 허탕인가 싶었는데... 어떻게든 찾아내긴 했습니다.
이 전시장 같은 경우는 바로 옆에 있는 건물이 너무 길어서
2번지가 이이이이~~~~~~~~~~~~~~~~~번지가 되다 보니 번지수가 많이 밀려있었던 겁니다.
여기도 여러 공사 중이긴 했는데, 어쨌든 전시는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자동차를 주제로 한 전시 같았습니다. 트랜스포머가 생각나네요.
3. Galerie Rodolphe Janssen
3번째 전시관은 Galerie Rodolphe Janssen이라는 곳이었는데,
굉장히 재미있는 전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일단 주로 1층에 있는 일반적인 갤러리랑은 다르게 2층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약간 폐쇄적인 느낌도 있었습니다.
좁은 계단을 올라 2층에 올라서서 문을 열고 들어가야 전시장이 있습니다.
딱 보기에도 아기자기하고 동글동글한 귀여운 물건들이 가득하죠.
방은 매우 조용했고, 옆에 다른 방에서는 갤러리 운영자가 통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갤러리는 큐레이터가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는 곳도 있는데 대부분의 갤러리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방문자에게 간섭하지 않습니다. 작품에 대해 설명해주고 하는 것 등이 금지되어 있는 곳도 있다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
이 전시는 비주얼적으로 굉장히 좋았습니다.
생긴 것도 예쁘고 흥미롭고,
질감적으로도 (만져보진 않았지만) 부드럽고 좋을 것 같은 느낌이고
인테리어 소품으로 쓰기도 좋겠다 싶을 만하고,
하나의 테마로 잘 통일되어 있는 점도 그렇고요.
전체적으로는 파티의 느낌이 잘 표현되어있죠.
그런데 자세히 하나씩 보기 시작하면,
기타의 줄은 끊어져있고,
쿠키는 한입씩 베어져 있고,
이빨이 달린 듯한 지갑도 있고,
꽃은 쓰러져있고,
물건이 널브러져 있고,
힐은 끈이 끊어져있고,
사과도 다 먹고 심지뿐이고,
다리미 선도 끊어져있고,
여성의 상의는 벗겨져 속옷만 남고 (작품 제목이 'lost her shirt'입니다)
등등
언뜻 보기엔 그냥 귀여운 물건들이지만,
자세히 보면 사실 엉망진창이죠.
전시의 제목대로, 파티가 아니라
파티가 끝난 모습을 묘사해놓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작가는 이 전시와 작품들을 통해
여성의 해방을 나타내고자 했다고 합니다.
힐, 액세서리, 옷, 가방, 화장 등
사회가 여성에게 강요하는 것들을 파괴한 것이죠.
전시된 모든 오브제가 결국은 여성성을 상징하는 것들입니다.
또 소파 위에 놓여있던 기타는
남자가 요구하는 여성의 모습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그 모습이 마치 악기와 같다는 거죠.
강한 자에게 있어서 이 악기는
언제든 끊어지기 쉬운 굉장히 연약한 물건입니다.
이 파티는 결국 힘 있는 남자의 것이었고
여성은 파티 도구였었던겁니다.
그리고 작가는 이 도구들을 각자의 의무로부터 해방시켜준 것이죠.
흥미로웠던 전시였습니다.
4. PIASA / TEMPLON
4번째 전시장은 Templon이라는 곳이었는데,
그 바로 옆에 또 다른 갤러리같이 생긴 게 있어서 어디가 어딘지 헷갈리던 도중
마침 PIASA에서 일하시는 여성분께서 문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계시길래,
혹시 여기도 구경할 수 있나 물어봤습니다.
현재는 닫은 상태여서 원래 안되는데,
한 번 대충 보고 갈 수 있냐고 부탁해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안에는 경매장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일하고 회의하고 있었는데,
그중에 굉장히 잘 차려입은 남자분이 전시장을 한 바퀴 돌며 구경시켜줬습니다.
(얘기하며 걷느라 사진을 많이 못 찍었습니다.)
굉장히 고급진 가구들이 몇 백점 있었습니다.
주로 저녁 시간대에 경매가 진행된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이때 웃겼던 게 지나가던 커플도 저희가 들어갈 때 은근슬쩍 따라 들어와서 함께 경매장 투어를 했었습니다.
Templon 갤러리.
굉장히 럭셔리하게 생긴 전시장이었습니다.
전시내용은 전부 정물화였습니다.
저와 함께 온 예술가 친구는 입장을 거부할 정도로 질색하더군요.
그래도 일단은 들어가서 쭉 둘러보았습니다.
갤러리에서 나온 후에 친구에게 정물화 싫어하냐? 했더니
Old master면 이해를 해도, 현대 정물화는 별로 안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럴 법도 한 게,
그림을 그리는 테크닉 같은 건 엿볼 수 있을지 몰라도,
정물화는 다른 작품에 비해 창의성이나 독창성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죠.
물론 정물화도 공부하다 보면 저희가 알지 못하던 심오한 세계가 있겠지만요.
지나가는 길에 보이는 집
이쪽 동네에는 이렇게 아르누보 양식의 집을 많이 볼 수가 있습니다.
아르누보 투어가 따로 있을 정도죠.
아르누보 건축물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5. Super Dakota
Danica Lundy의 전시입니다.
제가 굉장히 재미있게 본 전시였습니다.
그림의 색감이 매우 특별하고 굉장히 역동적입니다.
저는 뭔가 미래판 바로크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림 속에 보이는 여러 인물들의 움직임과
여러 접촉들
강조된 근육과 관절 및 골격들
투시 기법
각 인물의 시선
시점이나 원근법 등
흥미로운 요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6. Galerij Michel Rein
그리고 제가 제일 좋아했던
Christian Hidaka의 작품 전시입니다.
일본 출생의 런던 출신 작가인데요.
그림 스타일이 매우 독특합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스타일부터 시작해서 동양, 중동, 16세기, 18세기 기법 등
여러 시대와 여러 문화에 걸친 다양한 기법들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이러한 조합이 매우 신선하고 독창적입니다.
또한 연극하는 모습을 그림에 담은 것도 재미있는 요소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작가의 그림을 돋보이게 하는 다른 요소가 있는데,
바로 이 그림들이 템페라로 그린 그림이라는 것입니다.
이 갤러리 같은 경우는 직원과 함께 작품 얘기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더욱 재미있었습니다.
아직 보관실에 있는 미전시 작품들도 보여주었는데, 전시된 것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작품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7. 기타 등등
이후에는 어떤 전시들은 닫혀있기도 했고,
계획도 계속 바뀌어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했습니다.
그 계획을 바꿔버린 가장 큰 원흉은 바로
...
야외시장이었습니다.
이날이 바로 이곳에서 장터가 열리는 날이었던 겁니다.
매주 수요일마다 열린다고 하더군요.
저는 길거리 음식을 매우 좋아합니다.
이런 데서 먹는 음식이 뭔가 그 지역의 풍토가 잘 베여있달까 그런 느낌이 있거든요.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굉장히 많지만요)
어쨌든 이것도 인연이니 한 번 쭈욱 둘러봤습니다.
그 어떤 갤러리보다도 저를 만족시켜주었습니다.
이 날은 에그타르트랑 넴이랑 닭꼬치 같은 거를 사 먹었는데,
다른 쪽에서는 빠에야, 소시지, 치즈, 햄 그리고 카놀리 같은 디저트 종류도
정말 다양한 먹거리를 팔더라고요.
다음에도 또 가서 먹어볼 생각입니다.
먹을 때는 먹을 생각에, 음식 사진 찍을 생각을 전혀 못했습니다.
거의 항상 이럽니다...
아르누보 건축양식으로 유명한 호르타 박물관을 방문할 생각이었는데,
5시 조금 넘어 도착하는 바람에 입장이 끝난 상황이었습니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와야겠군요.
길을 걸으며 정말 많은 갤러리들을 지나갔습니다.
대부분은 문이 닫힌 상태였죠.
열린 곳들은 들어가서 보기도 했는데,
에그타르트 이후에는 그 어떤 작품도 그렇게 와 닿지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사진 전시를 하는 갤러리도 있었습니다.
카탈로그를 보니 사진 하나에 2천 유로 3천 유로 하더군요.
위에 소개한 갤러리들 외에도 이셀(Ixelles)에는 정말 많은 갤러리들이 있었습니다.
무슨 갤러리가 이렇게나 많은 건지...
마지막으로는 길가며 찍은 잡다한 사진을 올리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저는 갤러리들을 보고 플라제(Flagey)를 거쳐 말빅(Maalbeek)역까지 걸었습니다.
마지막에는 다리가 후덜후덜 했네요.
이상 이셀(Ixelles) 갤러리 투어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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