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미술관 전시2021. 1. 20. 21:18

 

이번에 방문한 곳은

벨기에 오이펜(EUPEN)에 있는 IKOB현대미술 박물관입니다. 

 

IKOB 현대미술박물관

 

총 2층으로 이루어진 작은 전시관으로

1층에는 건물 외부에서도 보이는 작은 홀이 있고,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2층에는 여러 방과 복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블랙박스라고 불리는 방이 있어 상영관으로 쓰이고 있었습니다.

한편, 1층 홀과 블랙박스는 전시 외에도 공연이나 워크숍 등의 용도로도 쓰인다고 합니다. 

 

안내데스크

작은 전시관이다보니 락커룸은 따로 없고 안내데스크 뒤에 가방이나 겉옷을 보관해주었습니다.

 

2층으로 가는 계단과 엘리베이터

전시장 내부는 깔끔하고 좋았고, 직원도 매우 친절히 설명을 잘 해줬습니다.  

입장료가 무료였는데, 관람객은 각자 원하는 만큼 기부할 수 있습니다. (박물관 측에서는 6유로를 권장) 

 

종이 안내 책자

 

1층 홀에서는 Aline Bouvy(1974~)라는 작가의 'The Cabaret Version'이라는 전시를 진행 중이었습니다. 

 

박물관은 보시다시피 독일어, 프랑스어, 영어, 네덜란드어

총 4개 국어로 설명이 되어있었는데, 네덜란드어는 없을 때도 있었습니다.

아마 네덜란드어 구사자들은 대부분 프랑스어, 영어, 독일어를 구사할 줄 알기 때문일까요? :-) 

 

Aline Bouvy - PUP - The Cabaret Version

1층 전시장 

 

일단 분홍색과 성적인 이미지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전시장에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이렇게 사진 찍어놓고 보니까

뒤에 붙어있는 창문과, 놓인 벤치를 통해 

길거리나 광장같은 공공장소를 표현한 게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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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ne Bouvy - PUP - The Cabaret Version

보시다시피 그녀의 작품은 선정적이고 자극적입니다. 

(애초에 작가 본인이 관객을 불편하게 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작품의 이미지나 내포하는 의미가 더 빠르고 강하게 와 닿는 것 같습니다. 

 

벤치가 여러개 놓여 있고 벤치 위나 혹은 땅 위에

4개의 신체부위를 표현한 조각들이 놓여 있습니다. 

대부분이 인간의 얼굴 모양을 하고 있고,

성적이고 은밀한 부위를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 여러 조형물 중에서도

저는 특히 동전이 가득 담긴 엉덩이(?) 모형이 가장 인상에 남았습니다.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매우 적나라하지만,

다른 조형물처럼 지나치게 외설적이거나 불쾌감을 줄만한 이미지는 아니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제일 쉬운 주제인 성과 돈을 묶어놓은 것도 한 몫 했을 거라 봅니다.

 

또, 다른 조형물들은 생긴 것도 기괴하다 보니 이게 무엇인지 이해하는데도 약간 시간이 걸리는데,

이 조형물은 굉장히 직관적이여서 한눈에 봐도 이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기 쉽고

내포하는 의미가 분명하면서도, 한 번 더 깊게 생각해보게 하는 것 같습니다.

 

 

공공장소에 놓으면 가장 물의를 일으킬만한 이런 물체를 

공공장소를 조성하여 그곳에 가져다 놓고, 전시장 바깥에서도 보이도록 1층에 놓은 것까지

작가의 대담함이 돋보입니다. 

 

벤치에 앉아서 감자튀김을 가지고 노는 저 여성의 모형은

물론 작가 본인을 투영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일반적인 사회적 시선으로 볼 때에 불편한 것들을 공공장소에 가져다 놓고,

관객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고 싶어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죠.

 

 

 

2층 전시장

 

벽면에 적힌 설명

 

2층은 여러 개의 전시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벽면에 위 사진처럼 설명들이 적혀있는데, 종이 안내 책자와 같은 설명이 적혀있습니다. 

4개 국어로 적어놔서 제목의 가독성이 매우 떨어지고 정신이 없습니다. 

 

요약하자면, 

박물관의 본래 계획이나 구상과는 다르게

특수한 상황과 우연으로 박물관의 소장품이 결정되기도 하는데, 

이러한 우연이 후에 박물관의 컬렉션에 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는 겁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소장품을 박물관에 영구대여를 해주기도 하는데,

이는 그들이 박물관을 신뢰하기 때문이며, IKOB박물관은 지난 27년 동안 이러한 신뢰를 받아왔다고 합니다.

 

(최근에 한국의 어떤 박물관에 대한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어떤 분께서 자신의 전재산을 털어가며 모은 귀중한 소장품들을 한국의 지자체에 기부하여 공공박물관을 세웠는데, 그들의 관리 소홀로 인해 많은 소장품들이 소실되고 파괴되고 있으며, 그들이 약속했던 보상 등도 전혀 지켜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죠. 그런 걸 보면 이렇게 믿고 자신의 소장품을 맡길만한 박물관이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최근에도 이런 영구대여를 통한 박물관 컬렉션이 늘어났고,

이에 따라 새로운 작품들을 선 보인다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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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0명 정도의 다양한 예술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작품에 대한 추가 정보는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www.ikob.be/en/exhibitions/unter-gewissen-umstaenden-die-neuzugaenge-der-ikob-sammlung-und-gaeste]

 

Benoit Jacquemin, Palimpseste, 2019, 150x100cm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한 작품입니다.

이런 흑백 그림이 입구를 제외한 방 3면에 총 8점이 걸려있었는데,

하얀 벽면과 회색 바닥이 그림과 조화를 굉장히 잘 이루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에는 저렇게 색채감이 강하며, 입체적이면서도 평면적인 작품이 놓여있어

흑백의 그림들과 대비를 이루게 배치한 것도 아주 좋았습니다.

이 대비가 각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해 준 것 같습니다.

 

 

 

 

 

2층의 복도와 비슷한 공간에는 여러 프린팅 작품들이 걸려있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예술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 속에서

HISK예술대학(겐트)에서는 예술가들이 홀로 남겨질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신념 하에 

HISK 학생들에게 스크린 프린팅 에디션에 참여할 기회를 주었고,

이 작품들이 IKOB박물관을 포함한 다른 여러 박물관에 한정판으로 판매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은 학생을 넘어 다른 예술가들에게도 지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아래 사진들이 바로 그 작품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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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상영관과 한쪽 방에는 

"...내 입에서 먼지 좀 빼줘..."

라는 제목의 전시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Francis Schmetz라는 예술가의 전시였는데,

이름을 보고 독일인인 줄 알았는데, 벨기에인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여기 독일어권이었지.

(IKOB현대미술 박물관은 오이펜(EUPEN)이라는 벨기에 내 독일어권 지역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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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is Schmetz의 작품들

조금 추상적이기도 하고 난해해서 저는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전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www.ikob.be/en/exhibitions/francis-schmetz

 

Medusa Floating Body #4, Kleiner & Biermann

그리고 다른 작은 상영관에서는 

이렇게 한 사람이 빨간 보트를 타고 바다 위를 떠다니는 모습을 

공중에서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습니다. 

이 역시 HISK의 비디오 아티스트의 작품입니다.

 

 

 

 

이상 IKOB현대미술 박물관 후기였습니다.

 

작은 규모의 박물관이지만

굉장히 친절하고 전시 내용도 알차고 디스플레이도 좋고

예술가와 관람객과의 소통도 활발하고

사회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여러 방면에서

매우 뛰어나고 바람직한 박물관이었습니다. 

 

제가 이곳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

입장료가 무료이고, 화장실이 깨끗해서입니다.

 

...

 

는 농담이고 (하지만 매우 중요)

이들이 정말로 예술을 사랑하고, 예술가와 관람객을 위해 일하며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곳이라는게 정말 와 닿았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 가실만한 한국분이 과연 있을까 싶지만은

만약 오이펜을 방문하신다면 한 번 가보시길...

 

 

 

 

아래에는 박물관 정보를 간단히 적어놓겠습니다. 

 

IKOB현대미술 박물관은 1993년 개관했고

현재 약 400개의 예술작품을 소지 중입니다. 

벨기에 예술가의 작품뿐만 아니라, 

네덜란드, 프랑스, 룩셈부르크와 독일 예술가의 작품도 있습니다. 

 

관람료는 무료입니다.

대신 관람객들의 자발적인 기부를 요청합니다.

(구체적인 기부금액으로 6유로를 권장하지만 선택은 자유입니다.)

18세 이하와 박물관 회원은 무료이며, 매월 첫 수요일 및 일요일에 무료입니다. 

원래 무료이기 때문에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긴 합니다만...

 

50유로의 수수료를 내면 1년 동안 IKOB의 회원이 될 수 있습니다. 

우편으로 베르니사쥬(Vernissage)에 초대, 무료입장, 예술적 조언,

에디션 구매 시 우대, 예술가와의 접촉 및 다양한 교류 가능성, 개인회원카드 등

다양한 혜택을 얻을 수 있습니다. 

 

화장실 및 주차장도 잘 구비되어있습니다. 

 

박물관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13시~18시에 오픈합니다. 

 

Posted by BeYa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