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는 비엘삼(Vielsalm) 기차역에서 출발하여 삼샤토(Salmchâteau)라는 마을까지 걸었습니다.
이번에는 Bec du Corbeau(까마귀의 부리)라고 불리는 전망대에 올라간 후, 다시 비엘삼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이제부터 진짜 눈길 산행이 시작됩니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등산로는 삼샤토 마을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마을 중심에서 약 3분만 걸으면 마을을 벗어나기도 전에 등산로 입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접근성이 매우 좋네요.
등산로를 따라 조금 올라가자 첫 번째 장소가 나왔습니다.
아르코스(Arkose) 채석장
수 천 년간 아르코스가 채굴되던 장소라고 합니다.
아르코스란, 퇴적암으로 최소 25% 이상의 장석을 포함하는 사암 유형입니다.
특히나 이곳의 돌은 매우 단단한 벨기에의 창백한 회색 돌로 거친 석영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돌은 건조 후에 굉장히 단단해지며, 장례나 종교적으로 혹은 마일스톤으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건물 짓는데 가장 많이 사용된다고 하네요.
안내판들 위에는 전부 눈이 쌓여있어서 지나가며 일일이 닦아야 볼 수 있었습니다.
등산로의 초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언덕을 올라가면서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아랫마을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렇게 조금 더 올라가다 보니 두 번째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갱도 The Galleries
이 산 전체가 일종의 광산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여기엔 동굴이 있는데 더 좋은 돌을 캐기 위해 산 깊은 곳까지 만들어놓은 갱도인 것이죠.
과거에는 안내판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레일도 깔려있었다고 합니다.
안쪽에 돌을 캐는 장소는 상당히 넓고 큰 규모였다고 하네요.
동굴을 보고 그냥 지나치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입구가 좁고 물이 많이 고여있어서 접근하기 어렵겠지만, 일단 접근해봅니다.
동굴 입구 곳곳에 고드름이 맺혀있습니다.
들어갔으면 좋았겠지만 동굴 안에 물이 차있어서 더 이상의 접근은 불가능했습니다. ㅠㅠ
다시 출발하여 계속해서 위로 올라갑니다.
높이 오르면 오를수록 눈이 더 많아집니다.
올라가는 건데 꼭 내려가는 것처럼 찍혔네요.
온통 새하얗네요
새하얀 곳을 계속 올라가다 보니 어느덧 정상에 가까워졌습니다.
서서히 회색(?) 빛깔의 하늘이 보이면서 멀리 풍경이 펼쳐지는데
이 감동은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네요. 천천히 전망대를 향해 걸어가는데 굉장히 설렜습니다.
Bec du Corbeau (까마귀 부리) 전망대
카메라 모드에 따라서 색이 조금 다르게 나오는 것 같습니다.
눈사람이나 만들어볼까 했는데 여기 눈은 엄청 안 뭉쳐지더라고요.
그래서 작은 귤사람으로 만족했습니다.
숲 속에 있을 때는 따뜻했는데, 이렇게 탁 트인 곳에 오니까 굉장히 추웠습니다.
멀리 보이는 부분을 확대해봤습니다.
마치 브뤼겔(Brueghel)의 그림 같습니다.
전망대에서 따뜻한 물 한 잔 하고, 귤도 먹고
열심히 사진과 동영상을 찍으며 시간을 보내다 다시 출발했습니다.
전망만 보면 끝일 줄 알았는데 아직도 볼 것이 많이 남아있었습니다.
전망대 뒤편으로는 산 위가 전부 숲이었던 것이죠.
숲은 잘 가꿔져 있었고 구역별로 각기 다른 나무들이 심어져 있어서
한 블록 한 블록씩 바뀔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너무 예쁜 이미지가 많아서 사실 뭘 올려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중간에는 절벽도 구경할 수가 있었습니다.
떨어지는 사고가 일어날 수 있었기 때문에 절벽 부근 몇십 미터까지나 통행이 제한되어 있었고,
안전을 위한 경고문구 등이 많이 있었습니다. 과거 돌을 캐던 곳이라 산사태가 나 무너질 것을 염려한 것 같았습니다.
통행금지가 끝나는 부분 즈음에는 절벽까지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최대한 안전하게 찍어봤습니다.
잠깐 촬영하며 걷는 중에 물웅덩이에 한쪽 발이 빠져버렸습니다.
위에 눈이 덮여있어서 안 보였는데 사실 흙탕물이 이었습니다.
다행히 양말을 한 켤레 더 가져와서 갈아 신을 수 있었습니다.
짝을 맞추기 위해 양쪽 다 갈아신으려 했는데, 함께 온 친구가 한 짝은 아껴두라고 해서 한쪽만 갈아신었습니다.
짝짝이면 어떻습니까.
물론 신발도 조금 젖어서 양말을 갈아 신자마자 약간 젖긴 했습니다.
어차피 눈이 많이 쌓인 곳을 걷다 보면 눈이 신발 안쪽으로 들어오기도 해서 조금씩은 젖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그래도 날씨가 -5도에서 0도로 그리 추운 편은 아니어서 약간 젖은 것쯤은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습니다.
절벽을 따라 걷다가, 가고 싶은 곳이 보이면 그곳에 갔습니다.
왼쪽 아래는 마을이고, 오른편은 전부 숲길이 었죠.
눈이 내리지 않는 날씨에도 숲 속에서는 눈이 내립니다.
나무가 그 가지에 눈을 고이 간직해뒀다가
바람이 불 때면 눈을 내려주죠
욕심이 많아서 눈을 쌓아둔 채 내려주지 않는 나무는발로 한 번 차주면 됩니다.
그럼 눈이 후드득 떨어집니다.
장작이 쌓인 곳을 발견하고 잠깐 쉬면서 간식타임을 가졌습니다.
그래 봤자 물 한 잔이 전부지만요.
숲 속으로 조금 더 들어가니 멋진 공간이 나왔습니다.
뭔가 이런 풍경을 보고 있자니 자꾸 머릿속에
Into the unknown (겨울왕국 2 주제가)이 떠올랐습니다.
사실 이때 그 리듬에 맞춰서 걷고 있었습니다.
뚜. 벅. 뚜. 벅.
마침 친구가 겨울왕국을 모른다길래,
음악을 틀어주었죠.
Let it go도 함께요.
음악은 한 번만 듣고 껐습니다.
친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숲이 우리에게 말하고 있으니까요.
(그냥 자연의 소리를 듣자는 뜻입니다)
이곳에 도착했을 때 마침 날씨가 매우 좋았습니다.
구름 너머로나마 해가 보이고, 하늘도 맑은 날씨였죠.
여기서 꽤나 시간을 보냈습니다.
친구는 누워서 자는 듯했고 ,저는 이리저리 사진 찍다가 바위 위에 앉아서 쉬었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어느덧 오후 4시가 넘어가서 슬슬 기차역으로 향하기로 했죠.
이제 곧 해도 질 시간이고, 브뤼셀까지 기차로만 2시간 정도 걸리니까요.
그래서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이 산책로의 장점은 마을과 정말 가까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30분이면 전망대도 갈 수 있고, 또 금방 다시 내려올 수도 있고요.
구글 리뷰에 보니 사람들이 전망은 좋은데 올라가기 어렵다고 리뷰를 달아놨던데,
한국인에게 이 정도는 산보다는 언덕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걷고 내려가고를 반복.
내려가는 길은 눈길이라 그런지 확실히 미끄러웠습니다.
가파른 내리막에서 앞서가던 친구가 미끄러 넘어지는 거 보고 비웃어댔는데,
정확히 같은 곳에서 저도 미끄러져서 혼자 막 웃었었습니다.
비엘삼(Vielsalm)
그렇게 다시 비엘삼 마을로 복귀했습니다.
동네가 생각보다 예쁘게 생겼었습니다.
집들이 참 귀엽고 깔끔했습니다.
정말 운 좋게도 마지막엔 노을까지 구경할 수가 있었습니다.
여기는 비엘삼 어느 학교의 뒷동산인데, 썰매를 즐기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기차 시간까지 노을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기차역으로 향했습니다.
비엘삼 시내도 정말 예쁜 것 같습니다.
여름에 오면 전망대에서 염소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상 비엘삼(Vielsalm) 방문기였습니다.
비엘삼에는 Baraque de Fraiture라는 스키장으로 유명한 곳도 있고, (벨기에에서 가장 해발이 높은 곳 중 하나)
그리고 근처 마을인 Coo 호수에는 유원지나 어드벤처 등도 있고 하니,
벨기에 사시는 분이라면 언제든지 가족 등과 함께 방문할만한 곳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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