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5일
지난번 눈 오는 날 오이펜 방문 이후 눈길 산행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
다시 한번 기차를 타고 눈이 있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이번에는 트레킹화도 신고 추위와 눈에 대비해 잘 무장도 했죠.
이번 목적지는 쿠(Coo)라는 도시로
ㄷ자 모양으로 생긴 호수와 폭포, 놀이공원, 어드벤처 스포츠 등으로 유명한
벨기에 남동쪽에 위치한 관광도시입니다.
페이스북 트랙킹 그룹 등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 사진을 올리는데
하얀 눈으로 뒤덮인 산과 호수가 아주 예뻤습니다.
벨기에 남쪽은 아르덴(Ardenne)이라 불리는 산지로 트랙킹 길이 굉장히 많은데
이곳도 그중에 하나였습니다.
그렇게 기차를 타고 가는데... 약간의 우려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며칠 사이에 눈이 녹아버려 더 이상 쿠(Coo)에서는 눈을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죠.
물론 이 정도쯤은 예상하고 기차표를 구매할 때 이미 목적지를 조금 더 먼 곳으로 찍어뒀었습니다.
그래서 눈이 보일 때까지 기차에서 내리지 않고 좀 더 가기로 했죠.
그렇게 쿠(Coo)에서 두 정거장 더 먼 비엘삼(Vielsalm)이라는 곳에 내렸습니다.
하이킹을 온 사람들이 기차에서 많이 보였는데 대부분 여기서 내렸습니다.
기차역이 매우 귀엽게 생겼습니다.
멀리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입니다. 날씨가 매우 좋군요.
저희는 기차역 뒤편 언덕을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지도를 보니 이 길 끝에 타워가 하나 있길래 그쪽으로 향했습니다.
타워를 보고나서 반대편 보이는 산에 전망대를 보러 갈 계획입니다.
건너편 보이는 산이 멋있어서 잠깐 멈춰 서서 동영상을 찍어댔습니다.
이렇게 눈이 쌓인 멋진 산을 보자니 벌써부터 이번 여행의 목적을 이룬 듯했습니다.
친구는 조금 더 촬영을 하고 싶어 해서 저는 먼저 앞에 가 있기로 했습니다.
이 날 원래 26km 정도 걷기로 했어서, 초반에 힘을 아껴놔야겠다 싶었거든요.
(결과적으로는 루트가 바뀌어서 그렇게 많이 걷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나 홀로 여행이 시작됐습니다.
혼자서 발이나 찍으며 뚜벅뚜벅 걷다가 무언가를 발견했습니다.
남자의 로망, 산속에 숨겨진 문입니다. 일단 접근해봅니다.
사실 다가가면서 뭐가 튀어나올까 봐 약간 쫄았었습니다.
안을 들여다보니 지하로 내려가는 터널이 있습니다.
과연 뭘 하던 곳이었을까요?
광부가 쓰던 통로거나, 지하벙커로 가는 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어쨌든 로망을 채웠으니 다시 가던 길을 가봅니다.
이번엔 하늘을 찍으면서 걷습니다.
비밀의 문을 경험하지 못한 자와 경험한 자의 차이가 이렇게나 큽니다.
땅을 보며 걷던 제가 이제는 하늘을 보며 걷습니다.
건너편 산의 풍경이 굉장히 멋있습니다. 이런 바위 산을 보는 게 얼마만인지...
주변 나무에 눈 쌓인 거 보이시나요?
걷는 내내 이 겨울 풍경의 아름다움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계속 걷다 보니 첫 번째 목적지였던 타워에 도착했습니다.
타워의 정식 명칭은 'Les tours du Château de Salm' 입니다.
한국어로는 삼성타워겠네요... :-)
삼(Salm) 성(Château) 타워(Les tours) ...
대충 맞는 것 같습니다.
1307년에 짓기 시작해 1362년에 완성된 매우 오래된 성입니다.
그때 지은 성은 대부분 파괴되었고 남아있는 부분은 이 타워뿐입니다.
타워 위로 올라가는 계단은 잠겨있었습니다.
현재는 이를 복원한 가문이 소유 중이라 대중은 입장 불가입니다.
이렇게 예쁘게 복원해서 트레킹 하는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해 준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입니다.
타워에 올라가면 전망이 잘 보일까 싶었는데 아쉽지만 어쩔 수죠.
각양각색의 돌로 지어서 색도 모양도 예쁜 것 같습니다.
타워를 본 후에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절벽에 걸터앉아 점심을 먹었습니다.
이때를 위해 전철에서 나눠주는 무료 신문을 가져왔었죠. 그럼에도 엉덩이가 조금 젖었지만요.
친구가 삶은 계란을 하나 건네주었는데,
껍질을 까려고 내려친 순간 노른자가 터져 나왔습니다.
자기는 완숙을 안 좋아해서 항상 반숙으로 한다고 하네요.
... 아니 그 말을 먼저 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자기는 열심히 숟가락으로 계란을 퍼먹고,
저는 껍질에 붙어있는 얼마 남지 않은 흰자를 열심히 떼어먹었습니다.
다행히 눈으로 손을 얼마든지 씻을 수 있었습니다.
겨울 눈길 트래킹의 장점이랄까요.
언제든지 눈을 이용해 손을 씻을 수 있다는 거.
사진에는 잘 안 보이지만, 아래에 있는 나무들 사이로 언덕 아래 위치한 마을이 보입니다.
마을의 이름은 Salmchâteau(삼샤토)입니다.
이제 이 마을을 통과해서 반대편 산으로 올라갈 예정입니다.
식사를 하며 재미 삼아 라디오를 켜서 아무 음악이나 틀어보았는데
얼마 후 친구가 음악을 끄고 마을의 소리 좀 들어보라고 했습니다.
숲이, 마을이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고
멀리서 학교에 있는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바람소리와 섞여서 그런지 때로는 바람소리 같기도 했죠.
쓰레기를 전부 챙겨서 다시 출발합니다.
보통 공원이나 산책로 등에는 쓰레기통이 잘 구비되어있는데,
(한국에는 화장실이 많지만, 벨기에는 쓰레기통이 많습니다.)
이 근처는 전부 사유지라 그런지 쓰레기통이 없었습니다.
삼성 입사를 꿈꾸며 삼성(salmchâteau)으로 내려갑니다.
저는 건물 보는 걸 좋아해서 재밌게 생긴 집들을 찍었습니다.
이 마을 중심에 흐르는 강 이름은 삶(Salm)입니다.
본래 이름은 글랭(Glain)이었다고 합니다.
삶이란 이렇듯 끊임없이 흘러가고,
그 이름도 언제 변할지 모르는 것입니다.
??? : 그랭?
어쨌든 삶(Salm) 위(on)에 올라온 저는 연어(Salmon)가 되었습니다.
표지판을 보니
유명 작가인 빅토르 위고(Victor Hugo)가 1862년에 이곳에 왔었다고 합니다.
그의 이름을 딴 7km짜리 산책길도 있다 합니다.
굉장히 예쁜 마을인데,
저의 사진이 그 모습을 잘 담지 못하네요 ^_^;;
마을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성당입니다.
이제는 마을을 벗어나 전망대에 오르기 위해 다음 산을 올라야 합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눈길산행이 시작됩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머지 부분은 2편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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